티스토리 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4월. 기록을 보니깐 2년 전인데, 잘 기억이 안난다.
내가 아닌 것 같다. 요즘 내 기억은 2008년 9월 이후, 그 언저리만 분명하다.
그 앞뒤로는 윤곽이 없는 그림 같다.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자정 넘어 다시 읽었다, 어제.
책날개에 내가 쓴 메모를 보니 작년 3월에 사서 읽었는데, 기억속에선 그 시점도 흐릿하다.
사랑을 믿었던 그녀는 그 믿음을 놓아버리고 눈빛이 달라진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첫 부분도 그렇게 시작된다,
눈 속에 뭔가 다른 것이 들어와버린 소녀의 이야기.
어쩌면, 나는 늙어버린 것 같다.
내 눈에 새로 생긴 어떤 빛깔처럼 어느새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는데
그걸 잘라버리지 못하고 있다.
싹둑 자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유품을 가방 속에 챙겨두는 것처럼 그냥 지니고 산다. 
셀카를 찍은지 꽤 오래되었다, 이제 안찍을 것 같다.
시간의 불가역성을 이제서야 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