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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싸이트에서, 여자 연예인의 과거 사진 같은 거, 뉴스에 뜨면, 나도 모르게 보게된다.
그러면서 쯧쯔, 한다. 어구, 완전 다 뜯어고쳤구만 이러면서.
좀전엔 어느 인디 여가수의 과거 사진 어쩌구 하는 게시물을 보고서,
홀딱, 배신감을 느꼈다, 얘 알고보니 안이뻤네! 이런 마음.
그동안 그 여자의 홈피에 종종 들러 생활을 찍어올린 사진들 보면서
세련되고 이쁜 외모에 마음을 좀 빼앗겼던 것이다.
배신감, 속았다는 생각, 그러면 그렇지... 하는 질투 비슷한 감정?

그런데 문득, 그 여가수가, 과거 사진 게시물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다가 서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완전히 지우고 싶은 과거일텐데 그게 막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니.
또 그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목소리나 노래실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일텐데,
얼굴 고치고 나니 다들 '이쁜데 노래도 잘하네!' 라며 관심 가져주는 게,
한편으로 좋으면서 또 한편으로 어떤 기분일까, 싶다.

주변에도, 얼굴 고친 여자들 보면,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거린다.
쟤, 지 얼굴 아냐, 고쳤어, 돈만 있으믄 누구나 다 예뻐져.
그러나 앞에선 존중해준다, 또 성형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냥 예쁜여자,다.
예쁜 여자 예쁜 여자, 그렇게 우우- 찾아다니고 봐주고 칭찬하는 세상에서
좀 예뻐지자고 얼굴 고쳐서 진짜 예뻐진 여자들한테 '니 왜 고쳤노?' 하는 건
참 모순이다, 싶다.
나도 실은 이쁜 여자들 얼굴에 마음 빼앗기면서, 그녀가 성형한 거면 배신감 느낀다.
얼마나 이뻐지고 싶었으면 얼굴 살 찢고 뼈 깎고 이물질을 몸에 넣을까.
예뻐지는 것으로 생기는 자존감은 무엇일까,혹은 그 자괴감은 무엇일까.

나는, 남들은 비웃어도, 언제부턴가 내 얼굴과 몸이 이뻐죽겠다.
거울에 비친 모습 보면서 은근 자신감이 막 붙는다.
물론 성형은 못했다, 돈도 없고 겁도 나고.
그런데도 가끔 얼굴 고칠까, 이런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자존감이 바닥에 붙어 있을 때, 아무도 나를 좋아한다 여겨지지 않을 때.
나도 여자라 외모 덕분에 사랑받는다 생각하는 거다.
혹은, 외모로 내 자존감을 채우려는 거다.

이제부턴, 성형한 여자들의 입장에 서있는 상상을 해봐야지.
혹은 스스로 못생겼다 생각하는 여자들, 뚱뚱하다 생각하는 여자들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해봐야겠어.
얼굴도, 몸도, 마치 계급처럼, 성별처럼, 장애의 유무처럼,
내가 갖고싶은 데로 얻는 것이 아니니깐,
외모로 인한 차별은 특히 여자의 외모에 의한 차별은,
비인간적인 것이다, 라고 오늘에서야 참 진지하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