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후 두시쯤, 문자가 왔다.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연구실 밖으로 나가 잠시 묵상, 해탈주를 외워드렸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인생의 앞부분 20여년 간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빨갱이에 매국노인줄 알았다, 정말로. 대학에 와서야 그에 대한 다른 정보들을 접했고, 97년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녹두거리 호프집에서 높이 들었던 생맥주의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대선 때마다 민중 후보에게 투표했고, 김대중 정권 반대 데모도 많이 했지만, 그는 대통령으로서 인권과 여성, 대북 문제를 가장 상식적으로 해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자세히 들은 것은 2006년 10월 서울대에 ‘북한 핵과 햇볕정책’ 특강을 했을 때였다. 짧은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의 행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명석함, 날카롭지만 인간적인 면모에 놀랐었다.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구나, 하고 강연장을 나왔던 기억.

주류와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오면서,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온갖 고통과 어려움들이 있었겠지만, 이제는 삶을 마감하였으니,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기도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