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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다섯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해남에 가서 하룻밤 자고 휙, 돌아왓던 지난 이월의 어느날. 일요일 아침 동네 작은 교회에 가서 몇 분의 촌부와 예배를 보았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흙으로 지은 아담한 예배당 온돌방에 앉아 소박한 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찬송가를 부르니 좋았다. 천국에 가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이 바로 행복의 장소요 시간이라는, 젊은 목사님의 설교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고 눈을 떠도 감아도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던 지난 겨울이었다. 겨울만 지나면 봄날만 오면 나아질거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계절. 그 땐 절대 예상하지 못했겠지, 지금 제법 나아진 내 모습을 말야. 그러니, 언젠간,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일이 괴로움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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