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변화를 위한 공간, 학교를 출발로

학교는 이론(연구)-학교-운동의 연결체로서 중간고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School for Activists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활동가들은 새로운 비전을 요구합니다. 운동현장의 급박성과 관성으로 인해 새로운 비전이 나오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학교는 이론생산으로부터 나오는 의제들과 현장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영어로 학교('school')이 물고기의 떼, 생각을 같이 하는 한 무리, 학파 등의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인스티튜트, 대학 등과는 차이를 지닌 오히려 소박한 의미를 갖기도 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 대항학교의 뜻을 가진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를 생각할 때, 대안적이고 대항적인 학교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움직이는 학교(Moving School)로서의 성격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운동이란 Movement이며 운동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며, 흐름은 이동성과 연결됩니다. 흐름은 연대를 통해, 네트워킹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로컬과 로컬을 이어주고, 로컬과 글로벌을 이어주는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이동성 즉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이 움직임은 바로 운동이 됩니다. Movement는 유동성, 이동성, 네트워킹이란 특성을 갖게 됩니다. 정체되지 않고, 고정되지 않고 흐르는 고체적이지 않고, 액체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학교의 성격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를 담은 Moving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 Moving 또한 두 가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움직이는' 이란 뜻과 '감동적인' '마음을 움직이는'이란 뜻을 동시에 갖습니다. 이 학교는 움직이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학교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은 곧 현실입니다. 마음이 현실적이 실체로 현실화되는 역사가 인류의 역사입니다. 마음이 그리는 그림으로 인류는 이제까지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마음이란 바로 생각입니다. 흔히들 마음은 따로 있고, 생각도 따로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마음은 현실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면 그것이 운동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움직이며 감동을 만들어내는 학교는 교육의 주체와 객체가 온전히 구분되는 형태가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교육의 주체이면서 또 교육의 객체가 되기도 하는 역할의 유동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학교가 갖출 요소들은 지속성, 전문성, 현장성, 장래성, 변혁성, 근접성 등이 될 것입니다. 이 학교를 통해 활동가들이 페미니즘과 액티비즘의 역사, 현장, 이론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자신의 활동을 연결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는 활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방향성을 새롭게 하며, 활동의 폭과 내용이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던 활동을 멈추었던 활동가에게는 재충전의 공간이 되고 활동을 위한 동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학교를 통해 자신의 다음 행보가 더 구체적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랐던 잠재적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분야와 내용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인용 부분만 볼 때 NGA SF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_ 비제도 교육(공간)으로서의 학교
_ 공간적/비공간적 이동성을 갖추고있으며 네트워크의 한 지점으로서의 학교
_ 교육의 주체와 객체, 즉 교수자와 학습자가 구분되지 않는 학교

이러한 특징들 중에는 구체적인 설명과 고민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 비제도 교육으로서의 특징과 네트워크의 한 지점으로서의 학교 역할은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비제도 교육이라함은 학위나 졸업장 등 제도권의 인가나 인정 밖에 있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 자체가 대안 혹은 대항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안적, 대항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글로컬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활동의 자양분을 얻어가게 될 이 학교는 아마도 국제적/지역적 네트워크의 한 지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학교의 나머지 특징들은 설립 제안서에 서술된 부분만 볼 때는 (혹은 다른 표방된 텍스트들을 볼 때는) 보다 구체적인 고민과 논의들이 추가되어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동성이라는 이 학교의 특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공간적으로 혹은 공간적 의미를 뛰어넘는 이동성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학교의 지속성이나 전문성, 현장성과 어떻게 연결되고 부합되는지에 관한 설명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교육의 주체/객체의 구분 혹은 교수자/학습자의 구분이 없는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부분에 관해서도 더 구체적인 그림이 필요하다. 이미 평생교육 혹은 평생학습 분야에서 수없는 논의의 대상이었던 교수자/학습자 관련 논의를 떠올려보아도, 이 학교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교육의 주체/객체가 온전히 구분되지 않는 형태의 페다고지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식의 강의 혹은 학습 형태를 지향할 것인지 모호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교육학 지식으로 이 학교의 구성과 운영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올해 10월에 곧 시작할 것이라는 이 학교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