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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불안한 마음'에 지쳐서, 훌쩍, 관악산에 다녀왔어요. 꼬마 김밥 5개, 포도 반송이, 감자 2개, 삶은 달걀 2개를 배낭에 넣고, 등산화도 안신고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떠났다가, 계획하지 않았던 연주대까지 가느라 고생 좀 했지요.ㅋ 

오랫만에 산을 오르니, 최근 들어 유산소 운동을 안했던 몸이 막 괴롭다고 아우성을 치더군요.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고 열도 막 나고요. 그런데 그 괴로움도 모른 척 계속 올라가니 잠잠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젠 마음이 막 불안해지는 거였어요. 날씨가 흐려지면서 사위는  어둑해지고 시간은 점점 늦은 오후로 가고 산을 내려가려면 정상까진 가야하는데 가는 길은 험하고(밧줄 잡고 바위들 사이를 막 기어올라가는 코스..ㅋ) 체력은 떨어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구요. 다행히 지나가던 아저씨들의 독려와 도움으로 무사히 연주대까지 올랐다가 서울대 공대 쪽으로 짧은 시간 안에 내려올 수 있었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의 빛깔이 참 고왔습니다. 연주대에서 한 잔에 삼천원 하는 막걸리를 둘이서 나눠마시고 내려오는 길엔 다리도 아프고 몸도 지쳤지만 가을 저녁 빛에 비친 단풍들이 고와서 기분이 상쾌했어요.

집에 돌아와보니 여전히 우리는 비자를 기다리는 예비 여행객이더군요. '무엇을 해도 불안한 마음'도 여전하구요. 그래도 자위해봅니다. 비자가 늦게 나오니 이렇게 가을산도 가보는구나.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