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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소통하면서 경험한 것들 몇 가지

1. 나의 한 자아는 영어로 말을 하고 있고 또 하나의 자아는 그 말의 영어 문법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시제나 단/복수에 따른 동사 사용이 틀릴 때마다, '아으-' 하고 마음 속에서 외친다. 이 마음 속 외침은 문법 고단수가 회화 초보에게 야단치는 목소리. 대부분의 경우는 상대방의 반응보다 나의 또다른 자아의 야단에 주눅 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2. 네이티브 스피커가 하는 영어를 들을 때, 나는 온 몸과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귀로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입의 모양과 표정, 제스쳐까지 따라잡는다. 아마 후각과 감각을 이용할 수 있다면 코와 손도 동원되었을 테다. 이렇게 집중 하고 들으니 쉬이 피곤해진다. 오분 정도를 간격으로 집중력이 저하되었다가 다시 상승했다가를 반복하는 듯. 그래서 어떨 땐 리액션을 해줘야하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어떨 땐 잘 못 알아 듣고도 예예 하고 지나쳐서 나중에 다시 묻기 민망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3. 영어로 누군가와 실제 소통을 하는 순간엔 단어를 찾아보거나 다시 듣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단어나 표현, 순간적인 감각에 의한 분별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말하기나 듣기 모두 순간적인 상황에서 번뜩 떠오르는 것은 최근에 경험한 또다른 실제 상황에서 들었거나 사용했던 것들이다. 결국 영어 소통을 잘 하려면, 영어를 실제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각의 창고에 쌓아두는 재료의 양보다, 실제 영어로 소통하는 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듯. 그래서 영어 사용자와 연애하면 영어가 확 는다고들 하는구나!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다" 라는 (명시적, 비명시적) 메시지를 수없이 들어온 내가, 실제 영어 소통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씩씩하고 담대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끝없이 고민하게 된다. 영어가 가진 권력을 드러내고 의사소통의 도구로서의 영어, 라는 제자리를 찾아주려면 무엇보다 내 안에서 늘 도사리고 있는 저 문장을 가볍게 내려놓아야 하겠지.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한 구절.

영어에 대한 공포감이나 열등감이 적을 경우, 보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분명 영어를 보다 잘 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어 권력’에 압도되면 될수록 영어를 잘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일고 있는 한국의 ‘영어 열풍’은 ‘영어권력’이 지배하는 문화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조한혜정, '행복한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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