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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사관은 정동에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이화여고 맞은편에 딱 있다. 대사관에 비자 신청 후 세 번을 갔다. 두 번은 비자 발급 독축하러, 한 번인 오늘은 '드디어' 발급된 비자 받으러. 근무 시간이 오전 9시에서 11시이기 때문에 올 가을 아침 중 세 번, 정동길을 걸을 수 있었다. 거긴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비자 때문에 그 길을 반복해 지나가면서 조바심도 내고 짜증도 내고 후련함도 느꼈다. 변방의 작은 나라 출신, 이라는 내셔널리티를 그 길에서 절감하고 곱씹고 기억했다.

어떻든 기다리던 비자가 나왔고, 내주 초면 떠난다.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며 대사관 지하 화장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오늘은 종일 광화문과 종로, 인사동과 명동을 쏘다녔다. 날씨가 추웠고 다리도 아팠지만, 커피도 마시고 도넛도 사먹고 서점도 가고 카메라도 구경하고 선물도 샀다. 그런 식으로 비자 발급을, 여행을 떠날 수 있음을 기념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