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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이누이트 아줌마들

새빨간꿈 2009. 11. 23. 23:01

토론토 사일째 _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드디어 시차적응에 성공한 건지, 저녁 8시 반쯤 누워서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아침 먹고 인터넷으로 찾아본 한국절에 다녀왔다. '한마음 선원' 토론토 지원.
한마음 선원은 한국 본원 포함 10개 넘는 지원을 가진 종파였고,
선원장인 대행스님은 비구니로서는 보기 드물게 일가를 이룬 스님이었다.
영상으로 본 법문은 추상적이고 어려웠다.
나중에 소식지에 실린 법문 읽어보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고 할까.
한마음 선원은 기복종교가 아닌 수행과 세상에 대한 기여의 의무를 가진 불교를
지향하고 있었고, 가장 강조되는 것은 '깨달음'이었다.
어색하게도 새로온 신도로 앞에 나가 인사도 하고 공양도 하고 보살님들이랑 이야기도 나눴다.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일요일 아침 기분을 만끽했다.

절에서 나와서는 토론토 남쪽의 하버 프론트에 갔다.
오대호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는 미국과 국경을 이루는 곳인데, 하버 프론트는 항구 지역이다.
춘천이나 충주에서 본 호수가 내 머릿 속 호수였는데,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 같았다.
호수 건너편으로 토론토 '섬'이 있고 유람선도 십여척.
서울의 한강처럼, 여기도 가족들 나들이 나오는 곳인 듯 했고 조깅하는 젊은이들,
데이트하는 커플들, 한가롭고 천천히 움직이는 노인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낮이 짧은 이곳의 석양은 오후 네시쯤부터 지기 시작하는데,
석양과 호수와 사람들의 풍경이 대도시의 망중한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차고 센 바람을 피하려고 호수 옆의 '하버 프론트 센터'에 들어갔는데
마침 '이누이트 예술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고대 에스키모 중 일부가 캐나다 북쪽에 들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캐내디언 에스키모들의 유물과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알 수 없었던, 고작 어그 부츠 같은 것들로 엿볼 수 있었던 이누이트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머니와 아이들' 이라는 제목의 섹션이었다.



" '어머니와 아이들'은 이누이트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북극의 추운 날씨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특별한 보온과 친밀함을 필요로 한다. 어머니들이 입는 aumark라는 이름의 파카에는 큰 모자가 달려있는데 그 모자는 추운 날씨로 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 모자 안에서 동시에 어머니의 체온을 흡수할 수 있다. 종종, 조각상들에서 아이들은 aumark 파카에 얼굴만 내놓고 있는데, 그 때 어머니는 일상적인 일들로 바쁘다. 다른 한편으로 엄마와 아이 사이의 친밀함은 결연한 그러나 부드러운 보호라고 묘사됨으로서 강조되곤 한다."

이 전시를 보면서 코씨네 블로그에서 이야기나눠던 다큐멘터리 <북극곰의 눈물>에서 에스키모 여성들이 보여지던 방식이 생각났다. 아이를 큰 모자에 담아 업고 일상적인 일들을 하는 이누이트 여성들은 남성들이 사냥해온 동물들을 손질하고 털옷을 만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노동의 주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이들을 책임지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하는 강하고 결연하고(determined) 부드러운 모성의 주인공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토론토 다운타운을 한참 걸었고, 최대 쇼핑센터라 알려진 이튼 센터를 들러 구경했다. 해가 지고 한참 지나서야 집에 도착해서, 저녁 먹고 사우나 다녀와 침대에 기대 앉으니 발바닥이 노골노골 했다.


오늘도,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