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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육일째 _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아침기도 할 때 읽는 보왕삼매론의 첫째 구는 이렇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아침마다 이 구절을 읽지만, 이 구절이 가슴에 가장 와닿을 때는 아플 때다.
몸이 건강하고 가벼워 마구 탐욕이 생길 때는 저 구절을 생각치도 않다가
막상 아프면 저 구절이 딱 떠오른다. 오늘이 바로 그 때다.
어젯밤부터 열이 조금 나더니, 왼쪽 위아래 잇몸이 아프고 그 가까이 임파선이 부었다.
오전에 몸이 가라앉아서 조금 쉬었고, 학교 가기를 포기하고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급기야 좀전부턴 목도 아프고 머리고 아프다.
앗,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과 앗, 어쩌지, 병원비 비싼데... 하는 심정이
동시에 탁 튀어오른다. 그 다음은 걱정하는 마음이다.
얼른 논문 작업 들어가야 하는데 아파서 학교 못나가면 어쩌나... 한다.
그리고는 지금 가장 지혜롭게 아픈 것에 대처하는 건 뭐지 하고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보다 더 악화되어 낯선 집에서 앓고 있을 (아직 생기지도 않은 모습인) 내가 괜히 불쌍해져서 서글퍼진다.
몸 아픈 건 한 가지 현상인데, 요거 하나로 온갖 마음이 다 생겼다가 부대꼈다가 하네.
지난 여름에 삼천배 정진 했을 때, 다 끝나고 어떤 보살님이 이런 소감을 말씀 하셨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이렇게 계속 절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될 때마다,
다리야 니는 아파라, 나는 절 할란다, 이렇게 생각하니깐 절을 할 수 있더라고요."
몸아 이는 아파라, 나는 그래도 먹고 자고 공부하고 집도 구하러 다닐란다,
하고 그 보살님 흉내 한 번 내어본다.
아픈 몸이 양약이 되어 마음을 더 튼튼하게 해주길 바라면서.
오늘은,
운동 안했는데(그래서 아픈가?) 필라테스 동작 몇가지 할 생각이고,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정도 영어 읽기 공부할 예정이고,
아침기도는 물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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