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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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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꿈 2009. 11. 26. 12:19

토론토 생활 칠일째 _ 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학교 가기 싫다, 였다.
잇몸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아프고 두통도 약간 있는 것이 생리가 곧 시작될 것 같은 컨디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껴입고 집을 나섰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더니 비가 온다.
순식간에 온 도시가 우중충하다.

비단 몸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학교에 가려니 싫은 마음이 딱 생긴다.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에, 낯선 존재로 가 있는 것 자체가 좀 싫었다.
오래 다녀서 익숙해진, 그래서 편하고 때로는 지겨워지기도 했던 내 학교 내 연구실을 두고
내가 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한 곳으로 가야할까, 스스로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막상 학교에 가보니 정말로 어색하더라, 허허.
그래도 그 어색함과 불편함을 참고 앉아서 오후 세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프롬 텐 투 포,가 목표지만, 첫날이니 프롬 일레븐 투 쓰리,로 마무리 했다.
학교를 나서는데 스스로가 조금 대견했다.


아침 나절엔 앞으로 살 방을 계약했다.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가 사는 큰 아파트의 마스터 베드룸을 렌트하기로 했다.
욕실과 샤워실, 붙박이장과 작은 냉장고, 그리고 간단한 가구들이 다 있어서
우리처럼 단기간 머물렀다 가는 사람들에게 적격이다.
부엌과 세탁기를 주인과 공동으로 쓴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마음에 드는 편하고 독립적인 공간은 렌트비가 비싸고 흔하지도 않으니 그냥 넘겼다.

이번 주말에 새 방으로 짐 옮기고 자잘한 세간살이(컵이나 스탠드 같은 것들...)를 갖추면
앞으로 육개월 살 일은 오케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교 매일 나가고
운동할 곳도 알아보고 지하철 먼슬리 패스도 구입해야지, 한다.
처음엔 낯설어도 그냥 하다보면 어느새 편하고 익숙해지겠지, 믿으면서.


오늘은,
한 시간 동안 걸었고,
영어 읽기, 문장 공부 했고,
아침기도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