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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팔일째 _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오늘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세 끼니 중 두 번을 바깥에서 먹었고,
양의 서른 네번째 생일이었고, 
세 시간 넘게 북미 출신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나눈 날이다. 

내가 비영어권 출신의,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만큼이나 나에게 복잡하고 들쑥날쑥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에스니서티와 내셔널리서티를 가진 사람들이 마구 섞여사는,
그러나 소통 언어는 '영어'인 대도시 토론토에서
문법과 읽기로 치면 영어에 능숙하지만 말하기와 듣기는 꽝인 
동아시아 출신의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곧 영어와 관련된 정체성과의 끝없는 만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와 관련하여 오늘 떠올렸던 문장은 이것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베트남 여자와 결혼해서 살면서도 베트남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변호사.
한국에 2년이나 살았고 한국의 평화 교육을 논문 주제로 삼았지만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미국  출신의 석사과정 학생.
오늘 만난 이 두 사람이 부러워지는 순간, 나는 질 것만 같다.
부러워하지 않으면서, 즉 영어와 관련된 게임의 룰에 나를 던지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당분간은 이 문제를 고민해봐야겠다.


양의 생일이라고는 하지만, 하숙집에 있는 신세라 미역국도 못끓여주고,
내가 따로 가진 돈도 없고 해서 선물도 못해줬다.
나랑 같이 여기까지 와서 함께 고생해주는 양에게 무척 고마운데, 그 마음도 잘 못 전한 듯.
앞으로 은혜 갚으면서 살아야지, 한다.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 공부 했고,
운동은 못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