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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이사

새빨간꿈 2009. 11. 30. 00:48


토론토 생활 십일째 _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토론토 도착 후 열흘을 살았던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새 '방'으로 이사를 했다.
새 '방'은 약 30평 가량되는 콘도미니엄(한국의 아파트와 비슷)의 마스터 베드룸이다.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고 침대, 책상, 서랍장, 책장, 화장대, 작은 냉장고까지 구비된 방.
조금 넓은 호텔방 같다고 보면 되겠다. 집세는 한 달에 800불로 한화로 따지면 90여만원 된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지만 특히 식비와 집세가 비싼 토론토에서 월세 800이면 비싼 게 아닌 듯.

전에 살던 여학생이 방을 비워준 시각이 저녁 6시쯤이라 우리는 8시 넘어서 이사를 들어왔다.
열흘 전 서울에서 짐싸서 날아올 때와 같이 가방을 다시 싸고, 
우리 몸 부피의 네 다섯배는 족히 될 만한 짐을 밤 중에 이고 지고 끌고 옮기는데,
문득 서글퍼졌다. 방에 도착해 짐 풀고 씻고 침대에 누우니 자정이 다 돼 간다.
이로써 토론토 정착의 첫번째 단계는 클리어한 셈이다, 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낮엔 오이즈의 석사 신입생인 케빈을 만나서 캠퍼스 안내를 받았다.
케빈은 평화 교육에 관심이 있는 미국 켄터키 출신의 스물 아홉살 남자앤데 금발 머리에
갈색 눈 그리고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2년을 살았다는 그는 한국 사람과 영어로
소통하는 법을 잘 익혔는지 영어도 정확하고 천천히 잘 말하는 편이고,
내가 쓰는 문법에 안맞는 영어 문장도 철썩 같이 알아듣고 잘 대답해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왠지 이 미국출신 백인 이성애 성격 좋은 남자애가 좀 마음에 안든다.
괜한 부러움인가 열등감인가 뒤틀림인가 잘 모르겠다.ㅋ
암튼 케빈 덕분에 주말에도 영어 말하기 듣기 훈련도 좀 했고 캠퍼스 편의 시설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알게 됐다.

토론토의 겨울은 혹독하다는데 새로 이사온 방은 약간 추운 편이다.
너무 추워도 안좋겠지만 히터가 많이 나와서 덥고 건조한 편보다는 좋은 것 같다.
티카드도 만들었고 이사도 했고 캠퍼스 파악도 완료.
다음주부턴 더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아침기도만.
운동은 캠퍼스 투어 2시간으로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