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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여행자의 마음

새빨간꿈 2009. 12. 2. 23:53



토론토 생활 십삼일째 _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토론토 육개월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 이건 서울에서도 곧잘 하던 일이었는데,
공부가 잘 안되거나 뭔가 불안할 때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곤 한다.
서울을 떠날 때, 소기의 목적을 잘 이루고 돌아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내 목적은 무엇일까, 살짝 떠올려보다가 말았다.
그 땐, 떠나는 일 자체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오래 생각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목적에 대해선 오히려 여기 와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기 내가 온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보다는,
여기 내가 왜 와서 이런 개고생이지?ㅋ 하는 질문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어떻든,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여기까지 나를 데려다놓은 내 욕망,
내가 바라던 어떤 것, 동경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까지 내 생각이 진전되고 있다.

암튼, 육개월치의 생활계획표를 만들어두고 나니 마음이 사뭇 편해졌다.허허.
그리고 오늘은 그 육개월치의 생활 중 첫날이었다.
오전에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다가 점심을 먹고 또 공부를 하다가 저녁 즈음에 귀가.
여기 이 먼 곳에서 매일매일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을 해볼 작정이다.
무미건조하고 별 변화도 없고, 조금 지루하기까지 한 생활의 반복. 
이건 서울에서도 지난 몇 년간 해왔던 생활이다.
그런데 다른 점은 여기서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일 것이다.
일상인의 마음이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으로 공부하고 듣고 말하고 구경하고 기록하려고 한다.
이렇게 살다보면 서울에 돌아가서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록산나 교수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내가 영어로 말은 잘 못해도 뭔가 생각이 좀 있는 사람이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비문 투성이 문장들이다. 하하.
그 중의 일부...

After attending the workshop, I read your article, "Embodied Pedagogy as Transformative Learning." This article gave me some insights to integrate my experiences that had been separated each other. These are three: the first is the experience as a feminist researcher, the second as a feminist educator (I have taught women's education and sociology of education to undergraduate student), the last as a Buddhist practitioner.
Reading your article, I could connect my Buddhist practices with my feminist and anti-capitalist standpoint in my research activities. Every morning, I bow 108 times and take 10 minutes meditation in order to change my habits (in terms of Buddhist, it is 'Kharma') by seeing myself without judgement. I did not know that my practice to change my habits is related to change the oppressive world - patriarchy and capitalism before reading your article.
And I could reflect my pedagogy that had focused the changes of thoughts of students regardless their emotions, bodies and practices.


그리고 또 오늘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라고 학교 곳곳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경다녔다.
에이즈는 잘사는 나라에선 돈만 있으면 수명 다할 때까지 살 수 있는 병이지만,
가난한 나라에선 재앙 중 재앙이다. 잘 사는 나라 캐나다의 공부 잘하는 토론토 대학 학생들은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문제를 자기 문제처럼 여기고 캠페인과 모금 운동을 하고 있더라.
제법 잘 사는 나라 사우쓰 코리아에서 온 나는 단돈 10불을 냈다,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오늘은,
영어 공부 좀 했고, 아침기도도 물론.

운동은.... 한 시간 정도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