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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패션

새빨간꿈 2009. 12. 4. 03:31



토론토 생활 십오일째 _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옷도 몇 가지 없지만, 날씨에 따라 입을 것의 두께를 결정해야하니깐. 오늘은 -1도에서 6도라는데, 안에 얇은 옷을 입었기 때문에 겉엔 긴 패딩코드 입고 머플러를 둘렀다. 내복이나 털모자, 토끼털 목도리, 무스탕 등 더 강력한 방한 복장들이 있지만 아직은 킵 해둔다. 영하 십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진짜 한겨울을 예비하기 위해.ㅎ 집을 나서니, 과연 일기예보를 보고 따뜻한 옷을 입고 나온 보람이 있다. 날은 흐리고 바람은 쌩쌩 분다, 아이코, 코끝이 시리고 머리가 얼얼. 암튼, 오늘 옷입기는 성공!

서울에 있을 때, 나 나름 패셔니스타,였다. 남들이 (이상하다, 특이하다, 없어보인다...등등) 뭐래도 이 옷 저 옷 매치해서 입고 나가는 재미가 톡톡했다. 그런데 토론토 온다고 하니깐 다들 너어무 춥다고, 따뜻한 옷 많이 챙겨가라고들 하더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옷들 다 냅두고, 내 옷들 중 가장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애들로만, 그것도 짐 무게 때문에 줄이고 줄여서 싸왔다.
그런데 토론토.... 이상 고온 기후로 안 춥다. 긴 패딩 코트에 무스탕에 오리털 파카에... 두꺼운 옷들만 싸왔는데, 쩝. 게다가 토론토는 대도시라 그런지 다들 옷도 참 잘 입는다. 많은 인종들이 섞여있어서 다양하고 세련된 패션들이 지하철과 거리와 학교에서 넘실댄다. 나름 패셔니스타였던 나, 토론토 와서 완전 구려졌다. 허허. 거의 같은 스타일 - 가디건+바지+단화+점퍼 - 로 일주일을 산다. 게다가 앞머리가 자라서 내 손으로 잘랐더니 약간 영구 같다. 허허허허. 나와 남의 외모에 사로잡히고 집착하는 내 까르마를 이번 기회에 닦아야 하나 보다.ㅋ

지난 여름, 파리에 갔을 때, 그 때도 지금이랑 비슷한 심정이었다. 가난한 아프리카 서쪽 나라 부르키나 파소에 일주일 있다가 도착한 파리는 눈 돌아가는 패셔니스타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로 떠났던 그 때의 내 패션코드는, 이쁜 옷은 하나도 가져가지 말자! 였다. 거기까지 가서 멋부릴 필요 없다는 것이 내 신념이라면 신념. 근데 그 신념에, 파리를 들렀다 오는 일정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몇 개 없었던 옷들 마저 빨래를 안해서 모두 꾸질꾸질 더럽고 구겨지고...ㅋ 그래도 그 때, 파리의 홈리스랑 비슷하게 입고도, 오르세니 세느강이니 몽마르뜨니... 잘도 돌아다녔다. 돌아보니, 그 때도 까르마 좀 닦았던 것 같다...ㅎㅎ

신문 광고 같은 걸 보니 여긴 곧 크리스마스 세일이 시작될 것 같다. 얼마 안가져온 내 옷가지들 보면서 한숨 자꾸 쉬다가는 이 세일의 유혹에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패셔니스타들은 어떤 상황, 어떤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감각을 뽐내야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ㅋㅋ 몇 가지 없지만 가져온 옷들로 뽐 한 번 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세일 유혹에 빠지지 않고 현재 가진 옷의 가지수를 유지하면서도 즐겁게 입고 다니는 것, 어렵지만 해봄직한 도전인 것 같으네.


오늘은,
아침기도는 물론.
영어는 문장 만들기, 외기 조금 할 예정.
운동은 아침에 체조 조금, 자기 전에 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