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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서울에서의 나

새빨간꿈 2009. 12. 5. 05:39


토론토 생활 십육일째 _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어느새 금요일. 확실히 지난주보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상태와 몸의 컨디션은 날씨가 변하듯 들쑥날쑥하다.
어떤 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아가 작아졌다가,
또 어떤 땐 가슴과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자꾸, 서울에서의 나,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어제 떠올린 질문은 이런 것이다.
"서울에서 나는 언제 즐거웠지? 뭘 하면서 놀았지? 어디서 쉬었지?"
맛있는 것 먹고,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고,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즐거워했고,
술집이나 쇼핑 센터나 집의 티비 앞에서 쉬었던 것 같다.
불자가 된 후로는 법당에 가서 교리나 법문 들으며 즐거웠고,
대구 내려가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도 좋았다.

그런데 정작,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학교에서의 생활은
즐거움이나 휴식의 장면에서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
다만, 강의실에서 가르치거나, 듣고싶었던 수업을 들었던 몇 장면들은 제외.
그랬구나, 서울에서의 나, 이렇게 단조롭게 살았구나, 하게 된다.

여기 와서는 놀고 싶을 때, 쉬고 싶을 때 뭘 하냐면,
선덕여왕이랑 지붕킥 다운 받아서 보거나 맥주 마시러 가거나 인터넷 한다.
여자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 못 나누는 게 좀 많이 아쉽다.
그리고 티비를 실컷 못 보는 것도, 법당에 못 가는 것도.

오늘도 금요일 저녁이라 뭔가 좀 놀다 귀가하고 싶었는데
지하철역이랑 연결된 푸드코트 가서 맛없는 밥 먹고 집에 와서
지붕 킥 세 편 본 게 전부. 맥주 마시러 가는 것도 너무 비싸서 별로고,
아직 여기서 만날 친구도 없고. 흐흐.

내일은 뭔가 색다른 곳에 가봐야지, 하면서
토론토 안내 책자를 들여다본다.
쉬는 것, 노는 것도 모두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그래야하는 거구나,
새삼 알게 된다.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공부 조금.
운동은 낫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