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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날짜도 가물가물 하지만, 나의 초경은 초여름 즈음이었다. 밤새 몸에 열이 후끈거려 잠을 설치고, 새벽에 잠을 깨 화장실에 갔는데 팬티가 빨갛게 젖어있었다. 아, 이게 생리라는 거구나, 깨닫기도 전에, 덜컥 겁이 났었나, 아님 안도의 느낌이 들었던가. 부엌에서 아침쌀을 씻으려는 엄마에게 가서, 초경을 알리고 면으로 된, 엄마가 미리 사다가 삶아빨아 잘 개켜둔 생리대를 내 손에 받았던 기억.

나는 워낙 불규칙적이어서, 몇 일이면, 딱, 생리 시작한다고 셈을 하는 친구들이 신기했다. 그래서 생리 첫날이 언제 들이닥칠까, 어릴 땐 늘 불안했다. 지금은 이제 그 들쑥날쑥한 날짜도 익숙해져서 몸이 어떻게 변하나 잘 지켜보다 생리 첫날을 미리 예감하고는 한다. 몸이 열이 좀 나고 졸음이 막 쏟아지고 괜스럽게 마음이 쳐지는 날, 그 날이 바로 그 달 생리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 사는 게 왜이렇게 구질구질한가... 하고 마음이 쪼그라들 때, 흠, 생리 시작하려는구나, 하고 마음을 달래다보면 아니나 다를까 빨간 피가 아래로 나오곤 하는 거다.

그제 아침 유난스레 학교 가기가 싫더라. 몸에서 열이나 후끈 거리면서도 질척이며 비오는 날씨가 괜히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수업과 수업 사이 잠깐 집에 들러 낮잠 베개 배고 누웠는데 소르르 잠도 잘왔다. 그렇게 자고도 오후 내내 하품하고, 밤이 되니 또 졸음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어제 생리 첫날이었다. 생리 중에는 얼굴도 살짝 붓고 몸도 마음도 쳐져있다. 그러면서 또 이번 달을 살아낸다. 덜컥 겁이 나고 안도감도 함께 찾아왔던 그 초경의 새벽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매달, 몸이 달아오르고 마음이 가라앉고 나와 내 삶을 다시 생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