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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퍼블릭'이 큰 사회

새빨간꿈 2009. 12. 15. 07:00


토론토생활 이십오일째 _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아침 9시 반에 열리는 선련사 법회에 가면 점심으로 된장국과 김치를 준다기에
혹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어제 여기저기 쏘다닌 탓인지 눈을 뜨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요즘들어 늘 예정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나던 걸 문제시하고 있던 중이라 조금 속이 상했지만,
이내 오늘 하루는 좀 쉬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꿔먹고 느즈막히 아침을 해먹고, 좀 빈둥댔다.

그러다 늦은 오후, 내가 사는 곳(토론토 북쪽 경계에 있는 핀치역 근처)에서 가까운
노스욕(North York) 시티 센터 수영장에 놀러갔다.
토론토에는 동네마다 공공 도서관과
수영장, 체육관 등이 있고,
토론토에 거주하는 사람(시민, 방문객 포함)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스욕 시티 센터 안에는 보건소, 도서관, 체육관, 수영장이 있었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영장은 휴일엔 무료, 평일엔 일일 이용권이 3불. 공짜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신나게 잘 놀았다.
내부 규모는 제법 커서 어린이 놀이 풀, 성인용 레인 풀, 월풀, 사우나 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풀마다 대여섯 명씩의 안전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집으로 오는 길, 공공 도서관도 살짝 구경했다.
도서관 크기나 장서 규모가 큰 것도 그랬지만, 휴일인데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고,
도서관 주최의 행사가 많은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지역 노인을 위한 행사, 음악회, 취업 안내 및 교육 등
도서관과 시티 센터에서 다양한 이벤트들을 주최하고 광고하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공공 시설물들이 이렇게 잘 갖춰져있고,
재미있고 다채로운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다면, 거기 사는 것이 조금 자랑스러울 것 같다.
마을 사랑이나 나라 사랑 같은 걸 구호와 공익 포스터로만 접해온 나로서는
그런 자랑스러움이 생경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뿌듯할 것 같다.
참여연대 박원순 변호사나 오마이뉴스 오연호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풀뿌리 정치'라는 것의 방향성도 이런 '퍼블릭' 시설들과 활동들이 커지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삶의 안정성일테고,
그것의 핵심에는 복지와 공공 서비스가 있을 것이다.
토론토(혹은 캐나다)는 이 공공 서비스가 잘 갖춰진 한 모델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또 눈여겨봐야할 것은 복지와 공공 서비스 수혜 대상이 누구까지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남은 기간동안 그런 것들까지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아침기도와 영어 공부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