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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이십팔일째 _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오늘, 샌드라 에커(Sandra Acker) 선생님을 뵙기로 한 역사적인 날이었으나,
못뵈었다. 편찮으시다고, 학교 나오기 힘드신다고 메일이 왔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많이?ㅋ) 가벼워졌다. 아니다 아니다 했어도 영어로 말하기가
두렵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나 보다.
언제든, 선생님 편하실 때 뵙자고 답장을 보내고 하루를 시작, 논문 작업도 하고
이것저것 자료도 찾고... 제법 활력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에커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또 왔다. 다음주 초쯤에 만나자고 하면서,
1월부터 시작하는 <Women and Higher Education> 수업 강의계획서를 보내주셨다.
이 수업은 약 육개월 전, 서울에서 OISE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발견, 내 반드시 청강하리라,
했던, 바로 그 수업이었다. 한국에는 교육학에서 젠더 논의를 하는 학자도 드물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분야는 경쟁력과 효율성, 세계 대학 랭킹에만 관심이 집중되어있지,
불평등 문제, 더구나 젠더 문제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불모지'에서 고등교육과 여성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던 나에게
에커 선생님의 수업은 '오아시스' 같은 느낌?

암튼, 고대하고 기대하던 수업이었는데, 강의계획서를 프린트해서 읽어보는 순간,
마음이 정반대로 확, 바뀌어버렸다. 흐흐.
한 주에 한 번 있는 수업 시간에 읽어가야할 영어 논문의 양이 논문 수로는 네 편씩,
페이지로는 약 70~100페이지 수준이다. 오 마이 갓!!!
여기서 할 공부에 대한 내 머릿 속의 그림은, 박사 논문을 열심히 집필하는 가운데,
약간의 시간을 내어 에커 선생님 수업을 청강하는 것이었다.
근데 독서 자료 양을 보니, 에커 선생님 수업 준비 막 하다가, 약간 시간 내서 논문 작업을
해야할 것 같은....으으.

그 때부터, 수업을 들을 것인가 말 것인가, 를 두고, 계속 고민고민고민고민...

록산나 교수에게 슬쩍 말했더니, 다음 학기 자기 수업에서도 두꺼운 책 두 권에
논문 몇 개 더 볼 작정이란다. 학생들이 싫어하든 말든, 그렇게 할 거라고 웃으며 얘기한다.
모든 수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에서의 박사과정 수업은 대략 그 정도 양은 소화한다고.

양은, 내가 워낙 스스로를 사지에 몰아넣는 일을 잘하니깐,
아마 이번에도 수업을 들으면서 새벽마다 일어나서 아티클 읽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사뭇 진지하게 놀렸다.

시간을 갖자, 선택의 시간.



오늘은,
아침기도, 영어공부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