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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삼십삼일째 _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오늘부터 토론토는 공휴일 분위기에 들어간 것 같다. OISE도 1층 도서관만 개방하고 있고, 도서관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아침에 본 일기예보로는 어제보다 기온이 올라간 것 같아 조금 가볍게 입고 나갔는데, 썰렁한 학교에 도서관에 눈발까지 날리는 쌀쌀한 날씨라 종일 오돌돌 떨었다.
오후엔 여기 센터(CWSE)로 올 때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 박사과정 선생님을 만났다. 토론토 페미니즘 서점(Toronto Women's Bookstore) 맞은 편 작은 까페에서 차 마시며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얘기 나눴다. 간만에 만난 한국 사람인데다, 여기 계신지 오래됐고, 여성학과 교육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 많은 얘기 나누고 싶었는데 한 시간이 후딱 갔다.
선약이 있다는 선생님이 먼저 나가고 잠시 까페에 앉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 마음을 돌아보니, OISE에서 공부하는 페미니스트 교육학 연구자인 선생님이 부러웠던 거다. 부러움과 동경의 끄트머리엔 열등감이 붙어있다는데, 그 열등감이 주눅드는 마음과 연결됐다. 이 동경과 열등감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할 것 같지만, 분명한 건, 내가 영미권에서의 학문을 막연하게 선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선망은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한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교수님들로부터 배운 것이기도 하고, 영미권 저서의 원서 및 번역서를 보면서 공부해온 수많은 시간동안 쌓인 것이기도 할 것.
불편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오돌돌 떨어서인지, 저녁 먹고 귀가하는 길이 피곤하고 길었다. 영어 공부 조금 하고 자려고 했는데, 오늘은 일기 쓰는 것도 힘이 드네. 토론토 페미니즘 서점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조금 있는데,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할 듯.
오늘은, 아침기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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