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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권력 남용의 예

새빨간꿈 2010. 1. 7. 11:02


토론토 생활 사십구일째 _ 2010년 1월 6일 수요일

오늘은 종일 영어 책 읽고 영어 작문하고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고 나는 왜 영어를 잘 못할까 상심했다. 그러면서 후덜덜 내일 청강 수업 첫시간을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마주친 구절, 

내가 대학에서 만난 남자 교수들은 종종 학생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그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교육과정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성질을 낸다. 그들은 학생들의 어떤 질문에도 토론하거나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 표방하거나, 그것들에 관심 없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자 교수들의) 이런 행동들은 아카데미 안에서 숨겨진 권력 남용의 예들이다.
- Murray (2008), Bridging the Gap in Whose University is it, anyway?, SUMACH Press, p.112

캐나다 대학원 이야긴데, 내가 경험한 한국의 남자 교수들과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 유사함이 과연 우연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이랑 다른 점은 이런 남자 교수들의 태도를 아카데미에서의 권력 남용의 예라고 지적한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교수 개인의 성격 탓 혹은 개인적인 책임감과 사명감 부족의 탓으로 여겨왔다. 대학 내 위계적인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니 이렇게 '다르게 읽는 것'이 가능하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이라고 배짱 있게 외치지만, 영어를 둘러산 권력에 나는 반복해서 주눅들고 있다. 권력의 위계 속에서 누군가가 특권을 누리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면, 거기엔 분명히 그 특권을 가능하게 한 조건이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한다. 영어를 잘 못해서 고통받는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의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네이티브 잉글리쉬 스피커들은 세계 어디서든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그들의 특권과 권력 남용에 대해 문제제기할 가능성도 사실은 생겨난다.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면 현상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 이걸 배짱처럼 품고 수업에 들어가야겠어.



오늘은,
아침기도와 영어작문.
(운동은 언제 하나...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