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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다 씻고 침대에 누웠다가,
노트북 안에 있는 <파주>가 떠올라서 잠깐만 보다 자자, 하고 파일을 열었는데.
피곤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노트북 앞에 딱 붙어 않아 봤다.
ㄹ의 표현대로, 마음이 '드글드글' 하더라. 특히 엔딩이 인상적이었음.
<미쓰 홍당무>에서 반하도록 이쁜 미친년 역할을 맡았던 서우는
이 영화에선 안개처럼 모호해서 불편하고 어리지만 무서운, 다른 의미의 미친 여자가 돼있었다.
전작 <질투는 나의 힘>처럼, 나는 이 영화의 여백과 공간이 좋았는데,
정한석 같은 평론가는 그게 불편하고 싫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좋음과 싫음의 차이는
박찬옥의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과 남성의 캐릭터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혼자 괜히 커피프린스 이후 이선균을 좀 미워했는데,
(쿨해보이는 드라마 속 캐릭터가 왠지 속임수 같아서) 이 영화 보면서 좀 마음이 풀렸다.ㅋ
박찬옥은, 스스로 의도했건 아니건, 감독으로서의 천재성을 확연히 보여준 것 같다.
마음을 '드글드글'하게 만들면서도 이야기 꺼리가 너무나 많은 이 영화에 대한 긴 이야기는
아무래도 마음을 며칠 묵혀둬야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