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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캐나다 국적

새빨간꿈 2010. 1. 10. 13:04


토론토 생활 오십이일째 _ 2010년 1월 9일 토요일

'정체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공간과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고 배우고 읽었다. 요즘 이 문장을 체감한다. 한국에 있을 땐 의식하지 못했던 국적(nationality)이라는 범주가 나를 자꾸 건드린다. 단순히 어디 가서 내 소개를 할 때 '아임 프롬 코리아' 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캐나다 비자를 받을 때부터 토론토의 수많은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캐나다 국적의 (인종은) 한국인을 만나는 순간들 마다 나의 국적이 '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결부되어 고민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 라는 말은 국적이 정체성의 전경으로 떠오르는 것을 국가주의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오늘은 캐나다에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 후 한국으로 갔다가 중학교를 마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 대학에 진학한, 인생 중 절반은 캐나다 절반은 한국에 살았다는, 캐나다 국적 한국인 남자 아이를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마음 속 깊이 국적의 문제가 나를 또 건드렸다. 온갖 애를 써서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오고 시민권을 따기 위해 이런 저런 수고를 했으며 드디어 캐나다 국적을 얻었다고 자랑하는 이민 1세와 대화할 때는, 오히려 반감이나 조롱감만 가지면 됐지만, 국적이 뭐 그렇게 대수일까 싶은 표정으로 싱글 웃으며 앉아있는 이 아이에게는 도무지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캐나다 국적을 가지면 유럽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좋은 대접을 받는단다. 한국 밖에 나오니 한국 국적이 외국인들에게는 별로 반가울 것 없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 나는 작은 변방의 나라 출신이라는 내 정체성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우왕좌왕 하며 목하 혼돈 중이다.


오늘은 아침기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