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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엄마는 여러 번, 당신은 해지는 시간이 싫다고 말하곤 했다. 해지는 시간의 노을과 낮은 해그림자가 서럽고 슬퍼서 싫다고. 그 말을 할 때의 엄마 표정이 너무 처연해서, 나는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게 두려웠다. 어느 초저녁, 그 서럽고 슬픈 감정에 이끌려 엄마가 멀리 가버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해지는 시간에 엄마랑 같이 있으면 초조한 기분이 들곤 했다.
스무 살 때부터 엄마랑 떨어져 살면서도 해지는 시간이 되면 가끔 엄마의 그 말이 생각났다. 물끄러미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의 그 두려움을 반추하던 시간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해지는 시간을 느긋하게 느끼게 되었다. 해질 무렵의 빛과 바람은 영어 단어 soothe를 떠올리게 한다. 낮동안 치열하게 뛰어 놀다지쳐 이제 가만히 앉아있는 어린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은 빛과 공기. 이 시간이 되면, 땀냄새와 먼지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아이의 어깨 위에도 길고 낮은 햇볕이 내려앉아, 낮 동안의 가쁜 호흡을 가만히 달래주는 것 같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는 시간, 조밀하고 짙은 빛의 입자들이 내가 있는 공기 속으로 날아 들어오는 시간, 지금 여기서 나도 낮동안 흘린 땀을 위로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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