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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여자 친구들

새빨간꿈 2010. 2. 4. 11:29


토론토생활 칠십칠일째 _ 2010년 2월 3일 수요일

어제 늦게 귀가해서 오늘은 왕늦잠. 학교 도착하니 2시 반이 넘었더라.
내일 수업 있는데, 아직 읽은 거 정리도 안했는데, 학교도 늦게 가놓구선 공부가 잘 안되더군.
그래서 메일도 쓰고 딩가딩가 하다가 운동 갔다가 귀가. 배고파서 저녁 많이 먹었더니,
또 졸린다. 오늘 공부는 내일로 미루고, 일단은 자야겠다... 하고 게으름을 피워본다.

낮에 열어본 메일함에는 ㅈㅇ이가 낳은지 한달된 아가 사진을 보낸 편지가 있었다.
웃기게도, ㅈㅇ이 아가를 상상할 때, 한번도 닮았을 거라 예상 못했는데 참 닮았더라.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가까운 친구가 아이를 낳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이 아이가 자라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엄마 친구' 노릇을 하게 될 내가 상상이 안된다.
그리고 엄마 노릇하며, 아이 업고 안고 손잡고 다닐 ㅈㅇ이도 상상이 안되긴 마찬가지.

오랫만에, ㅁㅇ는 소식을 전해줬고, 어젠 갑자기 ㅈㅇ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썼다.
ㅇㅊ와 ㄹ의 블로그엔 간간이 들어가 어떻게 사나 지켜보고 간섭도 하고 응원도 하고,
ㅅㅇ언니, ㄴㄹ언니, ㅅㄹ에게도 이렇게 저렇게 마음이 간다. ㅅㅇ이 ㅇㄴ, ㄴㅇ이도
자꾸 생각나고 보고싶고, 언제나 고맙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여자 친구들.

돌이켜보면 대학교 일이학년 땐 여자 동기들이나 여자 선배들보다 남자들과 더 친했다.
같이 데모나가고 술마시고 놀고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 동기, 선배, 후배들이었으니까.
대학 삼학년 때를 기점으로 여자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읽고 세미나하고 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언니들과의 관계가 시작됐고,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지금 내 옆에 남아있는 남자 동기나 후배들은 한 손으로도 다 셀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편지를 주고받고 안부가 궁금하고 만나서 힘을 나누고 힘들 땐 기대고 싶은 사람들은
죄다 여자 친구들, 자매들이 되어버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런 관계들이 좋다.
무엇보다 여자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멋져지는 것 같다.
여자 친구들을 닮고 그들에게서 배우고 그들과 지혜를 나누면서 나이 들어가는 나도 좋다.
다들 건강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서로 오래오래 기대고 북돋아주면서 나이 들어갔으면!



오늘은 아침기도와 운동(요가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