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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오늘의 처방전.

새빨간꿈 2010. 3. 23. 04:36


토론토 생활 백이십사일째 _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toronto


매달, 생리를 시작하기 이삼일 전 나타나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자도 자도 졸립고, 배는 별로 안고픈데 단 음식이 땡기고, 몸에서 열이 나면서 좀 춥고,
세상만사 귀찮고, 우울해지는 거.
오늘 아침부터 딱 이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운동도 공부도 심지어 밥 먹는 것도
다 귀찮아서 말 그대로 '낑낑'대다가 어쨌든 집을 나서서 운동 하고 씻고 나니 기분도 몸도 한결 좋다.

서울에선, 매달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쇼핑을 하길래 따져보니 생리 전 며칠 사이더라.
이유없이 우울해지고 만성적인 피로감이 느껴질 때, 이게 생리전 증후군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모든 감정과 느낌과 고통이 그러하듯이, 이렇게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상태도 곧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내 몸과 마음이 이런 상태일 땐,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미뤄두었던 참고문헌 목록 정리나 인터뷰 전사나 단어장 정리 같은,
차분하고 조용히 앉아 한 발짝 씩 천천히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기에 적절한 것 같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뭐, 하고 이 상태의 나를 받아주는 것.
그게 오늘 같이 기분이 가라앉고 날은 춥고 비는 내리고 쵸큼 외롭다고 느끼는 날,
가장 필요한 처방인 듯.



오늘은 아침기도, 요가(50분), 영어 문장, 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