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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토론토 일기

'보고싶다' 라고,

새빨간꿈 2010. 3. 30. 12:16

토론토 생활 백삼십일일째 _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대학 다닐 때, 봄여름가을겨울, 엠티를 많이 다녔다. 구질구질하고 싼 방을 잡고 버너와 코펠로 삼겹살을 구워 흙을 덜 씻어낸 상추에 싸서 먹었다, 물론 소주를 곁들여서. 술 먹고 노래하고 얘기하다가 울다가 정신 못차리고 어두운 물가에 나가 놀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면 깨어날 때쯤 그렇게 추울 수가 없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버너와 코펠로 라면을 끓여먹고 서울로 오곤 하던, 그런 쑥쑥한 여행들. 삼학년 때쯤, 엠티에도 이골이 날 때쯤, 어느 아침에 이런 생각 했던 것 같다, 아, 지겹다, 이런 빈한함!

그런데 우습게도, 토론토 와서 제일 그립다 생각되는 장면 중 하나가 저런 엠티다. 그 때 멤버들 다시 모아서 그 때 그 장소로 다시 가보고싶다, 대성리나 춘천, 간현 같은 곳. 삼겹살도 구워먹고,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소주도 나눠 마시고, 노래도 불러보고 싶다, 목청이 떠나가라 불러도,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처음으로. 보고싶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때 만났던 사람들에게. 쑥스러워 말고 담담하게.



오늘은 아침기도와 영어 작문, 영어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