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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삼십육일째 _ 2010년 4월 4일 일요일
오늘 날씨도 '쨍'하다.
해지기 전에 여름 옷 쇼핑도 하고 선련사 오후 법회도 가려고 낮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날씨도 좋은데 노천까페에서 커피 한잔 마실까, 싶어 St. Clair 역에서 후다닥 내렸다.
거기서부터 Summer Hill역까지 걸어내려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내친 김에 Bloor 역까지 타박타박 걷기.
바람이 좀 불기는 하지만 걷기에 너무 좋은 낮.
두 잔에 3불 조금 넘는 커피를 머그 잔에 받아 햇볕에 놔둔 테이블에 나와 마시면서, 아 좋다, 한다.
그러면서, 서울에선,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뭘 했지? 궁금해진다.
돌이켜보면, 서울에서의 생활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과 별개로, 마음이 늘 바빴다.
날 좋은 날, 산책을 가거나 커피 한 잔 하러 나갈 여유가 없었달까.
여기 와서는, 그래도 여행객의 신분이라 스스로를 깨닫게 하는 날에는,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즐겨본다.
멀리 떨어져 나와 지내면서 좋은 점은, 일상에선 보지 못했던 나와 내 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왜 그렇게 늘 쫓기며 살았나, 하고 들여다보니,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거기 얽힌 내 욕망들이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돈이나 세속적인 명예 따윈 안중에 없다,고 짐짓 태연한 척 했지만, 서울에서의 나는 늘,
유능한 연구자, 이름난 페미니스트, '의미있는' 일을 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안간힘 쓰고 조바심 나고, 다른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만족이 안됐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었지만, 늘 바빴다.
마라톤 연습 할 때, 매일 조금씩 훈련해서 다리와 심장의 힘을 길렀던 것처럼,
조바심 내지 않고 여유있게 가는 법을, 여기서 남은 기간동안 연습해보고 싶다.
몸의 근력을 기르듯이, 생활의 근력을 조금씩 길러보는 것.
오늘은 아침기도와 걷기(1시간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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