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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생활 백오십일이래 _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이른 아침엔 구름 가득한 하늘이 어두웠는데,
아홉시 반쯤 늦잠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유독 예쁜, 청명한 봄날.
바람은 좀 차도 이런 날은 햇볕 받으며 걷는 게 좋다.
선련사 오후 법회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비록 법회 땐 좀 졸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니 마음도 가볍고.
오늘, 내 생일이니 한국인 신도들 다 모여라, 하는
스님의 가벼운 회합 공지로 법당 가까이 있는
베지테리언 중국 식당에 몰려갔다.
고작해야 오개월 전에 처음 만났던 사람들인데,
음식과 이야기, 웃음을 나누는 게 어색하지 않다.
어느새 조금씩 친해지고 있구나.
여기서 만난 사람들, 왠지, 한국에서보다
더 깊은 인연으로 마주쳤을 것만 같은 사람들.
태어나고 자란 곳,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한국.
여긴 거기랑 계절은 비슷해도 낮밤이 거꾸로인, 먼 땅.
어떻게 해서 낯선 여기까지 와서 살고 있는지 사연도 갖가지,
지금의 삶도 갖가지다. 그 구비구비를 다 이해하진 못해도
그리고 가끔은 그 사연과 서사들에 화가 나거나 슬퍼지긴 해도
이젠, 감히,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계절을 겪으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익숙해지면서... 그렇게 눌러앉았겠지,싶다.
삶의 다른 선택들과 마찬가지로, 살면서, 그렇게.
오늘은 아침기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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