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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보잘것없는여행

방학

새빨간꿈 2010. 5. 27. 19:07

나의 '토론토 일기'는 마지막 날 이야기가 안 쓰여진 채로, 마무리되었다. 중간중간에 쓰다말다 펼쳐지지 못한 책장처럼 못다한 이야기들도 있고, 다른 곳에 메모해둔 일기의 조각들도 있지만, 우선은 그냥 여기서 마무리. 다시 들춰보게 될 어느 때에, 이야기들이 다시 시작될 수도, 혹은 그제서야 마무리될 수도 있겠지.

베를린에 온지 일주일쯤 됐다. 코밑에 헤르페스가 생길 만큼 피곤했던 날들이 지나고, 시차도 적응되고,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조금 호기심도 생기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제 봤던 프리다 칼로 전시였는데, 좀 시간을 두고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만큼, 강렬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가끔,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조만간 갖기 어려운 나만의 '방학'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과 몸의 긴장이 후르륵 풀리곤 한다. 웃기는 건, 방학이라 떠올릴 때마다 책상 앞이 그립다는 거. 이게 바로 방학의 힘이겠지, 싶다.

사진은 베를린으로 오던 하늘 길, 공항, 그리고 이 곳에서의 며칠 동안 찍었던 것들.



초저녁에 탄 비행기가 해를 쫓아 동쪽으로 이동을 한다, 그래서 금새 해가 지고 또 해가 뜬다.
거의 밤을 새고 도착한 브뤼셀 공항에선 졸음과 피로감, 이런저런 짐들이 함께 한다.
베를린은 금새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다 개기도 하고, 낮에도 거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방학 중이라 그런지, 한참을 기다려 전시회를 보고 나와서 먹는 핫쵸코와 커피도, 길거리 까페도, 다 좋다.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