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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서나 똥을 잘 못싼다. 내가 늘 쓰던 몇 개의 익숙한 화장실이 아니면.
낯선 사람과 함께 있거나 불편한 상황에 있을 땐 더욱 그렇고.
토론토 집을 떠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베를린-남독일-캐내디언 록키-벤쿠버...까지.
그 동안 변비가 계속 됐다. 낯선 화장실에 익숙해질 즈음 다시 짐싸고 떠나는 걸 반복하면서.
어제 도착한 벤쿠버는 바닷가 작은 도시 답게 참 예쁘다. 그런데 오늘은 흐리다.
화장실 사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여기 머물지도 모르겠다. 봉천동 집 화장실이 무척 그립다.
ㅅㅌ이 내어준 안방에서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반지하 침실 바로 옆에 잔디밭이 있고,
거기 청초한 도라지 꽃들이 피어있다. 긴 여행을 일삼아 다니는 여행자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도라지 꽃 몇 송이가 길 위에서 서성이는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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