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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옴짝달싹을 못하겠더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만큼이나 끔찍하고 무거운 이야기. 
그런데, 이건 '한국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잖아, 그러니 마음이 더 드글드글 해진다. 

여자를 팔아먹고 사는 남자들, 
여자를 fuck하는 대신 죽이고 토막내며 사는 남자들, 
전화 한 통에, 돈 몇 푼에 여자를 사서 즐기며 사는 남자들, 
이 남자들이, 의도의 여부를 떠나, 한 사람씩, 차례로, 죽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그리고 그걸 그저 쳐다보고 있는 나(와 같은 많은, 오직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이를 닦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무서운' 직업을 가진 여자들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괴롭지만, 이렇게 이 기분을 그냥 지나가버리고 싶지 않다. 

범죄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범죄의 행위 자체가 그렇고, 
범죄의 의미가 규정되는 과정이 그렇다. 
<추격자>는 그걸 직접적으로 묻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한 남자의 죄책감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주로 성매매 혹은 아동 등) 여성 연쇄 살인이라는 범죄의 사회적인 맥락, 
한국 사회에서 이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로 여겨진다. 
연쇄 살인범의 개인적인 맥락을 보여주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혼 가정에서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배신한 여자들로 인한 심리적 상처 따위의 
담론들을 가볍게 비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이 영화,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