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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학교 연구실에 평소보다 이르게 도착할 때가 있었다.
문은 잠겨있고 복도는 조용하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 내 자리로 걸어가는 동안,
간밤에 쌓인 책냄새가 훅, 내 폐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가방을 내 책상에 두고, 창문을 차례대로 열고, 문까지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며 자리에 앉으면,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조용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만 같았던, 아침 커피.

오늘도 아침 커피를 마신다, 학교 연구실에서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커피콩을 갈아서 메이커에 넣고 내린 신선하고 따뜻한 커피.
그 따끈한 온도가 나를 달랜다, 서두르지 말고 하루를 시작해보라고.

바깥 날씨는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고 있고,
나는 간만에 써야할 짧은 글이 하나 생겨서 버벅대고 있다.
하루 해가 길어서 저녁이 곧 밤이 되어버리는 이 곳의 여름은 해가 지고 나서
차분하게 뭔가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