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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ummer @ sky over Paris taken from Moncmarte

덥다, 내가 기억하는 여름은 늘 더웠던 것 같은데, 언제나 새삼스럽다. 어제 저녁엔 이열치열이다, 하면서 저녁에 한 시간쯤, 동네 공원과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골목길마다 더운 집안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사람들로 바글거리는데, 골목길 조차도 바람 한 점 없더라. 방보단 마루가 시원할 것 같아서 잠자리를 옮겼는데도 밤중에 두어번 깨서 타이머 다 돌아간 선풍기를 다시 켜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라디오에선 '지금 온도가 벌써 27돕니다" 한다. 하루의 더위를 다 겪은 듯, 아침부터 지친다.

어제 한낮의 뙤약볕을 내리받으며 연구실에서 학교 식당까지 왕복했다가 일사병 걸릴 뻔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오늘은 아침 먹고 남은 밥과 냉장고 굴러다니는 밑반찬 몇가지를 작은 통에 담아 도시락을 싸왔다. 그거 들고 등교할 땐 무거워서 짜증 좀 났는데, 막상 먹으니 좋구나. 얼마만의 도시락인가, 하면서 먹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 쯤은 전공 후배들이랑 '도시락 데이' 같은 거 하면 어떨까 싶다. 조금씩 싸온 밥과 반찬 나눠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여럿이서 먹으면 맛도 더 좋고 반찬 구경 재미도 쏠쏠할 듯.

한여름 더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모든 다른 것들처럼, 하고 마음 먹으면 이 더위도 견딜만 하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오늘은 한바탕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계절과 시간이 지나가버린다는 건, 이 순간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 더위가 지나가길 마냥 견디지 말고 여유있게 즐겨볼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