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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를 생각하면,

시장에서 신선한 것으로 사와서 생으로 먹었던 미더덕과 미역,
밭에서 따다가 쓱쓱 닦아 뚝 분질러 먹었던 가지,
할매네 마루에 있던, 크고 작은, 참 잘자라던 화초들,
늘 입고 계시던 알록달록 꽃무늬 몸뻬,
뽀글뽀글하고 얇았던 할매 머리카락,
손수 만들어주신 상 보자기,
드르륵 드르륵 발로 굴려서 돌리던 재봉틀,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서른 셋에 과부돼서 딸 다섯을 혼자 기른 여자.
그 할매가 나에게 남긴 기억들은
먹는 것, 기르는 것, 입던 것, 만들어 주셧던 것들.
이런 오밀조밀 마음 꽉차게 그득한 것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