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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진안 마이산에 피서 다녀왔다.
전날 술+돼지고기 과음,과식하고 골골거리는 상태로 갔다가 
가던 날 저녁부터 간지럽고 부어오르던 얼굴과 목이 이틀이 지나도 안났는 거다.
날은 덥고 얼굴이랑 목은 간지럽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가장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갔다.
요즘은 단순, 순진한 피부과는 찾아보기 힘든 건지...
피부과 간판에 '**얼굴 성형외과 피부과' 이렇게 쓰여져있고 인테리어도 강남의 무슨 까페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간호사들이 웃으면서 내 얼굴 보고 말하더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잡티 제거 하러 오셨나봐요? ^^"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과 목, 불편스러운 내 표정은 보이지 않고,
젊은 여자 한 명이 들어가니까 '잡티'만 눈에 확 띠었나보다.
아마도 그 병원엔 나 같은 '환자'보다는 얼굴과 몸을 가꾸고 싶은 '손님'들이 더 많이 가겠지만...

암튼, 저 잡티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랑 목이랑 가렵고 부어올라서 왔어요, 하니까
원장님이 지금 예약환자 상담 중이니 기다리란다.
가만히 앉아 병원을 둘러보니 성형, 피부 클리닉, 질 (예쁜이) 수술까지...
피부병이 난 사람들 치료해주는 곳이라기 보다는, 소위 '예뻐질 수 있는' 시술들을 해주는 곳이 확실하다 싶다.

원장실에 들어가니 마흔이 갓 되었을까, 무척 젊은 남자 의사다.
몇 마디 이야기 나누더니 안익은 돼지고기가 원인인 두드래기란다.
주사 한 방 먹고 약 먹으면 나을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처방을 해주었다.
삼분도 안 지나 진료 끝나고 주사실에 가니 친절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는 주사 담당 간호사 왈,

"안녕하세요? 잡티 제거 레이져 시술 받으셨나봐요? ^^"

아, 이번엔 웃음이 흐흐 나온다.
아뇨, 저 두드래기 때문에 왔어요. 제 얼굴에 잡티가 그렇게 많은가봐요...ㅋ
그러자 간호사 당황스러워하면서, 아뇨아뇨 그런 게 아니라... 하면서도 얼굴은 내 말에 긍정하는 표정.

흠. 내 얼굴에 잡티가 좀 많긴 하지, 그래도 덮어두고 잡티 제거... 웃기다.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어케하면 잡티 제거된 밝고 맑은 피부 되냐고 상담이라도 해볼까 싶다가도
일단 통장에 돈도 별로 없고, 지금으로선, 얼굴에 주근깨 잡티 좀 많으면 어떤가, 하고 마음이 여유롭다.

예전에 한 번, 점 빼는 시술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사후 관리를 잘 못해선지 그 자리에 다시 생겼다.
오른 쪽 뺨 위에 있는 제법 큰 점은 피부암 같은 걸로 발전될 수도 있다는 얘길 듣고,
찬바람 불면 시술을 받아볼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다른 잡티들은... 글쎄.
나도 다른 사람들 희고 고운 피부 보면 좋은데, 잡티 좀 있는 얼굴도 나름 개성있어 보여서 좋더라.
좀 장난꾸러기 같고 고집도 있어보이는 얼굴. 그런 얼굴을 만나면 대화 거리가 많은 사람 같아서.

나이가 더 들고, 또 어떤 계기가 닥쳐오면 언제 내 얼굴의 잡티 들여다보며 시술비 셈을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괜찮다, 지금은 내 얼굴이 마음에 든다, 외꺼풀에 잡티 투성이 낮은 코, 넓은 이마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