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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써서 올렸고, 오늘(8/10) 조금 덧붙였음.)





너무 예쁜 모녀가 있다. 그들이 애정의 눈길을 주고받을 때, 두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을 때, 흐뭇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이쁘다. 그런데 그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끝없는 죽음의 위협 속에 놓인다. 그것은 그녀들이 인간이 아닌 '여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녀들이 가부장제-신분제 사회에서 여자이자 하층계급이기 때문. 결국 딸은 양반 가부장에게 죽음을 당하고 어미는 복수를 시작했다. 여우이자 하층계급이자 여자로서 가부장제 안/밖의 존재인 그녀가 가부장(들)과 그(들)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다른 그녀들에게 어떤 복수를 할지, 그것이 얼마나 전복적일지 기대된다.

그녀들이 죽음의 위협에 처하는 장면마다, 인신매매와 연쇄살인, 이유도 없이 죽어간 하층계급 여성, 소수민족 여성, 여자 아이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이 떠오른다. 가부장제 사회 밖에 있는 여자들은 '괴물'이 되어 추모되지도 못할 죽음을 맞닥뜨리고, 그 안에 있는 여자들은 그 죽음들을 때로 공모하고 때로 묵인한다. 드라마 한 편 보면서 나혼자만 너무 멀리 나가는 걸까. 그래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네...

연이 역의 김유정 연기가 제일 좋다. 살아있는 눈빛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 게다가 미녀배우 한은정은 여우로 변신 했을 때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10 아시아> 2010년 7월 28일자 기사,
<구미호: 여우누이뎐> vs <구미호: 여우누이뎐>│'현대로 온 최초의 구미호'
중 김선영 평론가의 글이 재미있더라.



--- 8월 10일, 11회를 보고 난 후 덧붙임.

11회를 기점으로 이야기의 판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연이가 살해되기까지는 윤두수-구산댁의, 연이를 매개로 한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면
연이가 살해/살육되고, 그 죄책감으로 빙의된 초옥(연이)이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초옥(연이)를 사이에 둔 구산댁-양부인의 경쟁 관계가 핵심이 되었다.
두 여자는 윤두수를 사이에 둔 연적 관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새끼'를 지키고 돌보는 (짐승 같은) 모성 역할 수행자로서 경쟁 관계가 더 근본적이다.
연이를 잃은 구산댁에게 어미는 언제 어디서든 지 새끼를 지켜야되는 법이라 큰소리쳤던
양부인은 가부장의 권력을 빌어 딸 초옥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었다.(이로써 양부인의 1승)
그러나 그 딸은 공교롭게도 구산댁의 딸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양부인은 새끼 지키기의 보람을 상실할 위기다.
이건 단순히 그 보람의 상실뿐 아니라 어미로서의 정체성의 상실이기 때문에
초옥의 존재를 의심하고 구산댁에게 화를 내고 초옥이 혹시 연이이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양부인의 모습은
이야기 속 어떤 장면보다 더 불안하다.
이 불안 자체만으로도 구산댁은 양부인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양부인의 불안과 불행이 구산댁의 어떤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고.

아아, 흥미진진. 오늘밤이 기대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