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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뉴[반짝]

<빅이슈>

새빨간꿈 2010. 8. 8. 18:30





 

지난 주, 고속터미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빅이슈>.

주머니에 돈이 없을 수록 돈을 '잘' 써야한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는데, 그래서 샀다, 거금 삼천원 투자. 이 중 천육백원이 홈리스 자활 기금으로 쓰인단다. 그렇게 치면 천사백원짜리 잡지인 셈인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알차서, 한 꼭지도 안빼먹고 꼼꼼히 다 읽었음! (처음으로 독자 리뷰를 보내기도 ㅋ)

<빅이슈>는 '세계홈리스자립지원신문잡지협회'에서 만드는 잡지이고, 한국판은 <빅이슈코리아>로 지난 달 창간했다. 14년간 홈리스 자립을 지원해온 비영리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에서 사회적 기업 활동으로 이 잡지 만들기를 시작한 것. 정규 기자와 편집팀이 있고, '재능기부'라는 형식으로 결합한 사람들도 있다. 판매는 홈리스 출신들이 맡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빅판'이라고 부른단다. 내가 터미널역에서 만난 아저씨도 '빅판' 중 한 분이셨음. 당당하고 수줍은 미소가 좋더라, 잡지 사면서 기분 좋아보기도 처음.

물론(?!), <빅이슈>라는 잡지를 만들고 파는 과정에, '여자 홈리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홈리스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홈리스 아저씨'들과는 또다른 경험과 입장에 있을 그 여자들의 이야기가 잡지를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그래도 당분간은 이 잡지 계속해서 사 볼 생각이다.

* 빅이슈 관련 자세한 안내는 빅이슈 홈페이지: http://bigissue.kr/index.html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 최고는 특집 기사였던 안젤리나 졸리에 관한 것. 그의 몸 곳곳에 새겨진 문신을 모티브로 삶과 작품 활동을 잘 엮어썼는데, 이제까지 읽어본 졸리 관련 기사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마이티 하트>가 개봉하던 해 졸리는 어머니 베르트랑을 잃었다. 다섯째와 여섯째인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당시 그는 심각한 몸무게 저하를 보이며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 머물러 있으면 건강하지 못한 기분이 들어요. 제대로 서서 더 너른 시야로 인생과 세계를 조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어떻게 하면 삶과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머니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그렇게 이 세상의 일부가 되어 갈 때 마음의 평온이 깃드는 걸 느껴요."
빛을 내며 말하는 졸리는 체내에 물관과 체관을 지닌 듯 하다. 마른 대지에서도 수분과 영양을 흡수해 초록을 키워내는 식물 같다. 상실과 절망의 현장에서 보다 거세게 피돌기를 일으켜 한계로 보이는 지점에서 다시 한 발 더 나아간다.


졸리 몸에 새겨진 문신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Quod me nutrit me destruit (나를 배불리는 것은 나를 파괴한다)." 나도 이런 멋진 구절로 문신 해야할텐데..ㅎ 그리고 에코 관련된 몇 기사들은 '착한 소비자'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나하나 스크랩하고 줄 그어두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