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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평일 낮,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상영관은 눅눅하고 더운 공기로 가득차있다.
작은 극장, 그 마저도 채워져있지 않은 빈자리들 사이로, 몇몇 여자들의 수다가 귀를 찌르고,
불이 꺼지자 잦아드는 공기, 소리,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전도연의 시선을 따라가는 '멋진하루'는 화가 나서 시작했다가, 용서로 끝난다.
'밀양'에서 전도연이 용서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그녀가 스스로를,
그런 남자를 사랑하고 버린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끝난다.
상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서 내뱉은 "웃기시네" "쳇" "입다물고 있어" 같은 대사는
사실 스스로를 향한 것이었고, 나중에 씨익, 하고 짓는 미소는 스스로에게 준 것이면서,
또 상대방에 대한 최초의 애정의 표시이기도 하다.

엄마를 잘 보내는 것 중 하나는 '나에 대한 용서'가 아닐까.
그동안 엄마를 잘 이해못한 것, 도와주지 못한 것, 원망하고 미워한 것에 대해,
그래, 그 때의 나는 그랬구나, 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곧 엄마를 잘 보내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내가 잘 용서가 안된다. 영화 속에서 전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화나는 마음은 실은,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인지도.

그래도 전도연은 좋았다, "오늘 다시 봐서 좋았어" 하던 하정우의 대사는 실은
그녀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다, 그를 다시 보고 자신과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게 됐잖아.
나는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난 뒤이니,
그 용서의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