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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카메라 속 사진들을 끄집어 냈다. 카메라를 늘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찍은 사진은 몇 장 안된다.
그 시간동안 뭘 하고 다녔는지 문득 흐릿하다. 이천 십년의 가을과 겨울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기분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와 끝나지 않은 더위에 헥헥 댔던 게 생생한데 어느새 겨울, 눈이 내린다.
토론토에서 산 털장화를 꺼내신고 학교 안을 자박자박 다닌다, 눈에 덮힌 교정은 흑백의 유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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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동경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다짐이나 결심 이외의 언어로도 나와 대화 나눌 수 있는 법을 2010년 겨울 처음 알았다.
몸은 여전히 부실하고 마음도 단단해지려면 멀었지만, 지금 이대로 뭐 좀 괜찮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도 나쁘지 않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