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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사랑을 믿다>

새빨간꿈 2011. 2. 15. 10:40



사랑을 믿는다는 해괴한 경험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퇴치하거나 예방할 수 없는, 문이 벌컥 열리듯 밖에서 열리는 종류의 체험이니까. 두 손 놓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니까.(13)

"보잘것 없는 것들이 상황을 바꿔놓거든. 거의 뒤집어놓는다고도 할 수 있지."(22)

나는 그녀가 낯선 여자들과 마주 앉아 있는 동안 그녀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녀 또한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게 무엇이든 어디 보자 하고 덤벼들면 보잘 것없는 것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를 바꿔놓았다는 것은 분명했다.(28)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