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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장에서 나는 G와 M이 좋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졌는데, 재미있는 건, 나는 참 무심한 척 굴었다는 거.
한 번도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웃지 않았고 반가운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내 시선과 신경이 그들에게 가있었을 뿐.
돌이켜보니, 나는 늘 그들이 어디서 뭘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날, G가 나를 안으면서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줬다.
"너를 보면서 우리 딸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 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그가 나를 안아줘서 반가웠는데,
그 순간의 내 마음은 왠지 서러웠다. 당혹스러움.
M도 나를 안아주며 토닥였다.
"그렇게 씩씩한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근데 그 순간에도 나는 울먹했다. G가 안아주었을 때와 비슷하게,
반가우면서도 서러웠다. 이 서러움의 정체가 뭔지, 잘 몰랐다.

어제, 긴 시간 운전을 하는 Y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 두 순간들에 관해 다시 떠올렸다.
"엉뚱하게도 내가 그 순간에 울었다니까" 하는데, 눈물이 다시 주룩.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데 마음 속에서
아직 남은 울음들이 조금 더 새어나왔다. 아, 이 눈물은 또 뭐지.

내 시선이 그들에게 머물 때 나는 그들이 나에게로 와서
안아주고 토닥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혹 거절 당할까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기다렸던 것.
드디어 그들이 나에게 와서 안아줄 때, 기다림 끝에 서러웠다.
간절히 기다리던 무언가가 이루어졌을 때,
그렇게 기다리고 서있던 스스로에 대한 자기 연민 같은 것.
그리고 그 서러움의 눈물을 회상하며
또 나는 나를 연민하고 있구나.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그 좋아하는 마음이 진할 수록,
내가 먼저 성큼 다가가 안아주었던 적, 없었던 거 같다.
요즘도 가끔, 내 옆에 있는 이 사람, 안아주고 토닥여주고싶다, 하고
마음으로 원하면서도 선뜻 그게 잘 안된다.
아, 이쁘다, 좋다, 내가 너를 참 좋아한다, 그리워한다, 하고 말해본 적도 별로 없다.
몸은 서른 여섯의 어른 여자로 자랐는데,
마음은 아직도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어린 아이.
그 아이가 언제쯤이면 용감하게 성큼 다가가 너를 안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