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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요즘.

새빨간꿈 2008. 11. 16. 21:33


고시에 네번째 낙방한 ㅅㅇ이는 요즘 바락바락 돌아다니며 숨쉴 곳을 찾고 있단다.
나는 덜컥 논문계획서 발표 지원서를 냈다, 왠지 좁은곳에 몸을 피하긴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달도 넘게 덮어둔 논문 관련 문서들을 열고 그 세계로 들어가니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한 주 내내, 논문을 왜 쓸까, 가끔 질문하면서도 그냥 기계적으로 매일매일 등교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규칙성이 매순간을 살아내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크게, 두 번 술을 마시고, 다음날 토할 게 더이상 없을 때까지 토하면서 더 우울해진 뒤로, 폭음은 않지만,
저녁 즈음이 되면 술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떨 땐 패쓰,하고, 어떤 날엔 맥주 한두캔을 마신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되는 순간들.

이상하게, 사진을 찍는 게 딱 싫어졌다, 풍경은 물론이고, 특히 내 사진.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가방에 디카를 챙기는 걸 보면 조금씩 마음에 볕이 들고 있기는 한가보다.

꼬박 7학기 쉬지 않고 강의를 했고, 그 사이 방학 중 세 번은 계절학기 수업도 했었는데,
이번엔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절 수업을 다른 사람이 맡은 덕분에, 완전히 쉴 수 있게 됐다.
요즘 나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 너무 해친 것 아니냐며, 좀 쉬라고들 하던데,
사실 내 마음은 벌써 어디 멀리 나가 숨쉴 곳을 찾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여기 아닌 다른 곳이니깐.
더운 바닷가나 오래된 도시 아니면 멀리 떨어진 섬, 몇날 며칠 늘어지는 휴양 혹은 많이 걷는 여행.
살아있으니 내일을 꿈꾸고 멀리 떠날 계획을 세우고 오지 않을 날을 기다릴 수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