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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잠.밤.비.

새빨간꿈 2008. 11. 29. 04:52


요즘, 잠이 잘 안온다. 불끄고 눕는 그 시간이 두려워질 정도.
오늘은 그냥 일어나 앉았다. 이러다 지치면 자겠지 싶어서.
그런데 갑자기 비가 후두둑 내리는 소리가 들리네. 좋다.
이렇게 깨어있으니 선물같은 새벽비가 갑자기 내려주는구나.

나는 비를 별로 안좋아한다,
잠깐은 괜찮아도 이틀넘어 오는 비는 몸도 기분도 쳐지게 해서 싫다.
거기가 여행지이든 일상의 공간이든, 춥든 덥든,
짱짱하게 해뜬 날씨를 나는 훨씬 더 좋아한다.
그래도 비오는 게 좋을 때가 있다면, 바로 이럴 때이다.
밤은 아직 머물러있고 방안은 따뜻하고, 아마도 창밖은 차갑디차가울
이즈음부터의 밤비. 창너머로 들리는 빗소리가
여기, 방안에 있는 나의 안온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지금-여기의 내 안위를 구태여 창밖의 빗소리로 확인받는 이 얄팍함.
그냥 가만히 눈감고 있어도 만족스러울 만큼의 마음의 공간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