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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피곤해서 잠시 눈 붙이려고 누웠다가 이런 저런 생각들에 일어나 앉는다. 블로그를 열고 몇 자 써볼까, 간만에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

_ 점심 때 ㅅㄴ을 만나 오니기리와 나가사키 짬뽕을 나눠먹었다. 초가을 쯤 만나고 첨인가, 조금 더 고즈넉해진 느낌의 ㅅㄴ. 한 시간 남짓, 별 이야기 나눈 것 없는데, 헤어지고 생각해보니,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몰랐는데, 나도 외로웠던 걸까. 공감하고 자극을 주고받는 대화. 진짜 오랫만이라 뇌와 심장이 조금 새롭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

_ 보통, 이렇게 묻는다: 나(우리)는 그녀(들)를 대변/번역할 수 있는가? 혹은 그녀(들)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가? 오늘 문득 이 질문이 얼마나 (여성학)연구자중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노동자, 비정규직, 비혼모, 장애여성,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번역하고 대변하려는 일. 이 일들도 일방향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성노동'이라는 말 조차도 입에 담기 싫어하는 (중산층의 배운, 소위 페미니스트) 여자들의 말과 행동들을 카메라에 담으면 어떨까? 지적이고 교양있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그들의 모습을 관찰과 번역의 대상으로 삼아보면 어떨지? 비난이나 조롱이나 풍자가 아니라도, 그들의 모습을 글이나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만으로 어떤 '재미'가 생겨나지는 않을까?

_ 가끔, 아니 자주, 앞으로의 시간들이 좀 막막하다. 그리고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쉽게 묻는다, 이제 앞으로 뭘 하며 살거야? 라고. 답을 잘 못하겠다.

_ 책 한 권, 신발 한 켤레, 옷 두 벌을 주문했다. 이 중 두 개는 선물용. 간만의 쇼핑인데 마음이 편치 않다. 돈을 벌지 않은지 한참 지났다. 그래, 불안의 저 아래엔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 하는구나.

_ 요즘은, 살면서 별로 경험하지 못한, 느리게 시간이 가고있는 나날들. 수다 환영. 말 걸어주세요, 편지 써주세요, 그리고 만나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