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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DO

할 수 있는 일, 고민할 거리들

새빨간꿈 2012. 4. 19. 19:52

 

2012년 4월 19일 @ 13동 앞 벚꽃나무

 

- 밖에서 한국을 보면, 한국의 다른 것들이 많이 보인다. 새마을 운동과 60~70년대 경제성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그 시기 교육의 역할에 관한 관점도 새로워진다.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스템과 토대가 빈곤 지역과 국가의 현실에서 보면 엄청난 발전과 진보로 여겨지기 때문. 한국의 교육 경험을 전수, 전파하는 것의 현실태와 가능태의 문제.

(이건 ㄹ가 일본에 다녀와서 느낀 것 혹은 내가 캐나다에서 느낀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 ㄹ나 내가 한국의 현 위치와 역사를 동아시아 혹은 세계 지도 위에서 다시 보았다면, ㅈㅎ은 빈곤 지역의 개발 관점에서 한국의 경험을 재의미화한 것.)

- 식민지 경험이 긴 사회의 식면성. 돈을 퍼다주는 국제 구호와 개발사업의 제국주의. 건물과 땅은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부족한 개발사업의 현실. NGO와 전문가들은 많지만 잘 변하지 않는 사회.

- 교사의 역할, 교육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낭만주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비관주의적 관점은 비생산적이고. 국경을 넘어가면, 더 할일이 많을 수 있고, 지구적 차원의 접근을 하면, 다른 것이 보일 수 있다.

-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특히, 적게 벌어도 먹고 살 수 있다.

- 돈 많이 버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이름 날리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배우고 쌓은 것들만으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왜 공부하는가? 왜 가르치는가? 왜 사는가? 를 질문할 수 있게 하는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내 주변에 이런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참 고맙고.

 

2009년 초, 인도에서 만났던 그는 앞으로의 진로와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안된 20대였다. 2010년 여름, 토론토에서 돌아와 만났던 그는 수행자 생활에 익숙해져있었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더이상 그 문제로 많이 괴로워하지 않았고, 진로 문제도 많이 가벼워진 듯, 제법 의젓했다. 2011년 봄, 곧 필리핀으로 떠난다는 그를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그와 더불어 들떴다. 자기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새로운 과제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크기와 깊이는 내 상상 밖일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오늘, 일년 남짓 지나 다시 만난 그는 어느새 30대였다. 그리고 그의 무대는 이미 크고 넓어져 있었다. 가난과 교육, 역사와 사람, 농사와 공동체 그리고 일 얘기를 하는 그의 눈빛이 내내 반짝반짝.

 

요즘, 집과 학교, 강의와 자질구레한 일들 사이를 맴맴 돌던 내게 그의 이야기들은 신선하고 자극적이었다. 눈앞의 사물들만 바라보다가 시선을 저 멀리 던졌을 때의 시원함! 무엇보다 그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고민할 거리들이, 여물지 않은 채 내 앞에 던져지는 것도 새삼 즐겁고. 그런 점에서, 조금은 막막한 나의 내일들이 좀 맘에 들었달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