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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불안과 마주 앉아서.

새빨간꿈 2012. 4. 22. 22:10

 

비오는 일요일. 종일 이래저래 할 일들을 하다가, 저녁이 되자, 짜증이 났다.

과일과 견과류를 사러 잠깐 나갔는데 비는 오고, 허리는 아프고, 왠지 기분이 막 삐뚤어진 거지.

밖에 있다가 들어온 Y에게 괜히 트집을 잡아서 막막막 짜증을.ㅋ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경인교대와 서울교대 수업일지를 올리고, 오늘 할 일은 이걸로 끄읕, 하는데

짜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만 보니까 뭔가 불만족스러운 것 같다.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 해야될 것 같은 일들의 리스트가 머릿 속을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고, 나는 놀고도 싶고, 뭐 그런 상태랄까.

 

잘 정리해보면, 이런 상태를 '욕심'이라고 하지.

시간에 비하여 일을 많이 벌려놓고는, 실제로는 게으르기도 하고 놀고싶기도 하고.

7월이 되면 강의든, 공부든 다 일시정지 모드로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남은 기간동안 뭐라도 많이 해놓아야지, 하는 마음.

곧 자유가 사라질테니 지금 허송세월 보내면 안된다는 생각.

 

종일, 뱃속 아기는 들썩들썩 태동이 심하다.

조급하고 불안한 내 마음과는 별개로 얘는 오늘 하루도 자고 먹고 놀고 자랐겠지, 싶다. 

수첩에 to do 리스트 가득 적어놓고 동동동동 발구르는 나보다 느긋한 하루를 보냈겠지.

 

그러고보니 아무도 나한테 뭘 하라 한 것 없는데 나혼자 왜이러나 싶네.ㅋ

으그, 오래된 습관, 발 동동 구르기.

이제서야 종일 구르던 그 발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종일 드글드글하던 불안과 마주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