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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bbs_id=main_news&doc_num=1350

 

 

40만원이 들어있던 '고운맘 카드'가 이제 3만원 정도 남았다. 그동안 몇 번의 검사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았고, 몇 번은 거절하기도 하고, 거절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그리고 해보면 별 필요도 없었을 것 같은 검사들 덕분에 최소 삼십여만원은 써온 것이다. 산부인과에 가면 내가 필요로 하는, 혹은 궁금해하는 것과 관련된 정보는 잘 제공되지 않는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따지고 필요한 검사를 선택하는 임신부보다 아기 심장소리에 감동하고 초음파 화면 보면서 아이와의 만남에 기뻐하고 하라는 검사 잘 따라하는 임신부가 환영받는 분위기다. 지난 달, 정밀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냐는 질문에 간호사는 장기 이상을 체크하는 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우리 병원에서의 분만이 불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아마 이런 질문을 했던 사람이 매우 드문 듯, 한껏 당황하고 흥분한 표정이었다.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고 조금은 불안한 나 같은 임신부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쉬운 선택이다.

 

임신부의 산부인과 경험도 이러한데, 산모의 경험은 어떨까.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임산부가 아닌 여성들의 산부인과 경험은... 기억해보니, 칠팔년 전, 가슴에 응어리 같은 게 잡혀서 동네 산부인과에 갔었는데, 대뜸 팬티까지 벗고 병원에 비치된 치마를 입은 후 다리를 벌리고 앉는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유방 쪽을 보러 온 거라고 해도 간호사는 일단 그렇게 하기를 '명령'했다. 재차 이야기하자, "아, 그러면 일단 원장님께 여쭤보겠다"고 하더니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안내해줬다. 산부인과에 가는 여자들은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건가, 화가 무지 났던 기억.

 

좀 덜 피곤하다면,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단 활동 같은 거 할 수 있을텐데. 뭐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매우 궁금하다.

 

덧: 여성주의 의료생협 살림은 올해 하반기에 드디어 병원을 개원한다. 그러면 조금 더 편안하고 가깝게 의료 관련 정보와 상담을 받을 수 있겠지. 조금 더 빨리 개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이런 변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