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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모성수행과 자녀교육지원 관련 논문 두 편을 내리 읽었다.
예전과 달리 '모성'이랄지 '자녀'랄지 이런 말들이 그저 거리를 두고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를 열고, 이렇게 뭐라도 써야겠다는 심정이 되었는지도.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이런 질문은 황홀하고도 무섭다.
어린 시절, 그 포근하고 마냥 좋았던 엄마품을 그려보면, 황홀해지지만,
(이렇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나라는 존재가 '엄마'라는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에 까지
생각이 가닿으면 한없이 마음이 복잡하고 가끔은 공포에 가까운 감정도 느끼게 된다.
아직도 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도 않으니,
어떤 반응을 받고 그로부터 특별한 감정을 일으킬 일도 없다.
종일 들썩들썩 콩콩 뱃 속에서 움직이긴 하지만,
다른 일에 바쁘거나 뭔가에 몰입해있을 땐,
그런 움직임들이 그저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리 작용 중 하나인 듯 무심히 넘어가기도 하고.
그래서 '예비 엄마'라는 정체성도 드문드문 단절적이다.
문득 생각하면 신기하고, 아 그렇구나 싶은, 자각을 해야지만 알게되는.
손과 발, 팔, 다리 그리고 눈코입이 달린 얼굴이 있는, 어떤 존재가 요 뱃 속에 있는구나,
라고 하루 중 몇 번 생각을 하게되면, 히 신기하다, 하고 지금의 내 상태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출산의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내 눈과 손과 귀와 온몸으로 감각되는 존재가 내 곁에 머물기 시작할 때에야,
어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엄마'라는 역할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머물고 사라지고 반복될 것이다.
그 시간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황홀하고 두렵다.
그래서 두근두근 기다려지고, 한편으로는 눈 꾹 감고 도망치고싶고.
적어도 출산 후 두어달의 생활비와 비용이 마련되어 있고,
나도 아기도 건강하고, 제법 책임감 충만한 남편도, 필요할 때 도움을 주실 부모님도 있고,
무엇보다 마음의 짐이 될만한 심각한 일들도 없으니,
나는 꽤 의연하게 이 과정들을 경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조건들이 '엄마'가 되는 과정의 장애물이 되거나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떠올리면
지금의 내 상황은 참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그러니 나의 이 경험들을 일반화, 보편화시키는 오류는 늘 경계해야지.
어느 날, 시간 강사가 되어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앞에 섰을 때
'좋은 선생'이 되고 싶은 욕망이 드글거려서 한참 괴로웠다.
누군가의 충고처럼 '좋은 엄마'가 되려고만 하지 않으면 괴로움 중 반은 덜 수 있을 듯.
그리고 순간에 깨어있으면서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연습을 계속 해나가야할 듯.
생각하면 신기한, 지금의 내 상황과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힌트들이
내 삶의 도처에 있다는 것이 새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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