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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은 어릴 때 통통했고, 사춘기 이후엔 좀 말랐고, 서른이 넘으면서는 살이 무진 쪘다.
스무살 즈음, 내가 서울로 진학하면서 집을 떠나와 그 때부터 동생과 떨어져 살았으니 내게 익숙한 건 마른 몸의 내동생.
그래서 내 머릿 속 동생의 몸 이미지는 골격이 좀 큰, 그러나 마른 남자이다.
어느날, Y가 뚱뚱한 삼십대 남자를 가리키며, 내동생이랑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상상 속 이미지는 현실과 이렇게 다르구나.
가끔, 거울 속 내 몸을 보고 놀라곤 한다. 특히 샤워할 때 정면을 응시하면서, 아 맞다, 그렇지, 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지난 수개월동안 천천히 불어난 배와 허리와 엉덩이와 허벅지.
아직 내 머릿 속 내 몸의 이미지는 허리와 배 부분이 얇은, 키가 작은 어떤 여자의 모습인데,
거울 속의 내 몸은 배를 중심으로 둥글둥글 크게 부풀어있다.
오늘 아침, 등교길 여학생들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티셔츠와 스키니 진을 입고 있는 그들의 허리, 배, 다리.
저렇게 얇은 몸이 (현재) 내 몸인가, (아니) 내 몸이'었'는가.
몸 모양의 변화는 필연적인 거겠지, 임신이라는 사건을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데 내 머릿 속 몸 이미지는 여전히 20대 마른 여자의 모습에 머물러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이들면 사진 찍기 싫어한다더라. 머릿 속 이미지와 사진 속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아기 가진 걸 처음 알았을 때 밀려왔던 공포 중 하나는, 내 몸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상체와 하체가 둥글둥글해지고 얼굴엔 중년 여성의 느낌이 깃들고 팔과 다리가 굵어지는 것.
소위, '아줌마의 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만삭의 내 몸이 여전히 낯설다. 혼자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 생경함이 혐오가 될 때도 가끔 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서, 내 두려움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잘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마르고 얇은 몸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잘 지켜보는 일.
한동안은 이런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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